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김정선


... 앞일을 예상하거나 다짐할 때도 유난히 '것'을 많이 쓴다. ... 이럴 땐 '것이라고'나 '것이라는'을 '-리라고' 또는 '-겠다고'로 바꾸어 쓰면 좀 더 부드러워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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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 용언, 그러니까 보조 동사나 보조 형용사처럼 보조해 줄 낱말을 덧붙일 때는 당연히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 효과를 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보조'라고 말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면 괜한 짓을 하는 것 아닌가. 한 글자라도 더 썼을 때는 문장 표현이 그만큼 더 정확해지거나 풍부해져야지, 외려 어색해진다면 빼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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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와 '-을(를)' 또한 가려 써야 하는 조사들이다. '에'는 처소나 방향 등을 나타내고, '을(를)'은 목적이나 장소를 나타내는 격 조사다. 따라서 구분해 쓰지 않으면 어색해진다. ...
'가다'나 '보내다' 같은 동사에 맞는 방향을 나타내어야 할 때 '-을(를)'을 붙이니 어색하다. 이럴 땐 당연히 '-에'를 붙여야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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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적인 문장은 과연 어떤 문장이며 누가 쓴 문장일까요?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정상적인 내용'은 또 어떤 내용일까요? 상상하기 어렵군요.
모든 문장은 다 이상합니다. 모든 사람이 다 이상한 것처럼 말이죠. 제가 하는 일은 다만 그 이상한 문장들이 규칙적으로 일관되게 이상하도록 다듬는 것일 뿐, 그걸 정상으로 되돌리는 게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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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문단에 쓰인 부사어 '이렇게'도 불쑥 튀어나온 지시 대명사처럼 기준점 없는 화살표같이 보인다. 글을 쓰는 자리가 곧 기준점이라고 생각해서 빚어지는 실수들이다. 문장의 기준점은 문장 안에 있지 문장 밖 글쓴이의 자리에 있지 않다.
장소를 가리키는 지시 대명사 '여기, 저기, 거기'도 잘못 쓸 경우 문장이 통째로 방향감각을 잃게 되니 가려 써야 한다. 글 안에 등장하는 인물이 대사 속에서 '여기, 저기, 거기'를 쓴다면 문제 될 것이 없지만, 그 밖의 문장에 등장하는 '여기, 저기, 거기'는 글쓴이가 손가락질하는 것처럼 보여 보기 좋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문장의 중심점은 문장 안에 있지 문장 밖 글쓴이에게 있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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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 문장은 영어와 달리 되감는 구조가 아니라 펼쳐 내는 구조라서 역방향으로 되감는 일 없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계속 풀어내야 한다. 영어가 되감는 구조인 이유는 관계사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관계 부사나 관계 대명사를 통해 앞에 놓인 말을 뒤에서 설명하며 되감았다가 다시 나아가는 구조가 흔할 수밖에 없다. 반면 한국어에서 관계사라고 할 만한 건 체언에 붙는 조사밖에 없다. 따라서 한글 문장은 되감았다가 다시 나아갈 이유가 없다.
... 영어 문장이 되감기는 공간으로 의미를 만들었다면 한글 문장은 펼쳐 내는 시간으로 의미를 만든 셈이다. 그러니 한글 문장은 순서대로 펼쳐 내면서, 앞에 적은 것들이 과거사가 되어 이미 잊히더라도 문장을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어야 한다. 그러려면 문장 요소들 사이의 거리가 일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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